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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

[광화문글판]겨울편 진은영 시인의 ‘어울린다’

by Hessed헤세드 2023. 1. 28.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광화문글판 겨울편이 걸려 있다. 교보생명 제공

교보생명이 ‘광화문글판’ 겨울편에 들어가는 시구를 진은영 시인의 시

‘어울린다’에서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번 광화문글판 겨울편에는

‘너에게는 내가 잘 어울린다/ 우리는 손을 잡고 어둠을 헤엄치고/ 빛속을 걷는다’라는 시구가 들어갔다.

 

교보생명은 이 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우리’라는 단어를 통해 공감과 연대가 지닌 힘을

전달하고자 했다”라며 “자신과 주변에 관심을 갖고 서로 응원하며 희망찬 새해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시를 쓴 진은영 시인은 200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했다.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등을 펴냈다.

현대문학상, 천상병 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았고 올해 백석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손을 내미는 작은 행동이 상대를 위로하고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언어임을 되새기며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희망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울린다
너에게는 피에 젖은 오후가 어울린다

죽은 나무 트럼펫이
바람에 황금빛 소음을 불어댄다

너에게는 희망이 어울린다
식초에 담가둔 흰 달걀처럼 부서지는 희망이

너에게는 2월이 잘 어울린다
하루나 이틀쯤 모자라는 슬픔이

너에게는 토요일이 잘 어울린다
부서진 벤치에 앉아 누군가 내내 기다리던

너에게는 촛불 앞에서 흔들리는 흰 얼굴이 어울린다
어둠과 빛을 아는 인어의 얼굴이

나는 조용한 개들과 잠든 깃털,
새벽의 술집에서 잃어버린 시구를 찾고 있다. 
너에게 어울리는

너에게는 내가 잘 어울린다
우리는 손을 잡고 어둠을 헤엄치고 빛 속을 걷는다

네 손에는 끈적거리는 달콤한 망고들
네 영혼에는 망각을 자르는 가위들이 솟아나는 저녁이 어울린다

너에게는 어린 시절의 비밀이
나에게는 빈 새장이 잘 어울린다
피에 젖은 오후의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들이

출생1970. 대전광역시
나이54세
데뷔2000년 문학과 사회 등단

★학력사항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
이화여자대학교 철학 학사

★수상내역
2022 제24회 백석문학상
2013 제21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2013 제15회 천상병 시문학상
2010 제56회 현대문학상 시부문
2009 제4회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경력사항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전공 교수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니체 철학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나는 건망증이 심하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사물을 응시할 때마다 깊은 감동을 받고 즐거움을

느끼지만 그것들을 금세 잊는다.

마르께스는 늘 새벽에 일어나 '손이 식기 전에' 글을 쓴다고 했다.

나도 나를 건드린 사물들, 사람들, 그리고 책에 대한 기억이 내 손에서

식기 전에 뭔가 써보고 싶다.

나는 쓰는 일을 통해, 사라진 사물들과 시간 속에 거주한다.

나는 오랫동안 아름다운 시들을 읽었고 스피노자, 칸트, 니체의 철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맑스와 용수(나가르주나)와 들뢰즈를 내게 가르쳐 주고 함께 읽었던

이들을 사랑한다.

그 소중한 시간들에 대한 기록으로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2003)과

칸트에 대한 책,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2004) 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