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사항
1995~1999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 사회심리학 박사
1993~1995 일리노이주립대학교 대학원 심리학 석사
1988~1992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학사
경력사항
現 2012.3~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심리학과 교수
現 2021.1. ~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 회장
現 2016.3. ~ 한국여가문화학회 회장
2008.2~2012.2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심리학과 부교수
2005.3~2008.2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심리학과 조교수
2002.3~2005.2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조교수
2000.9~2002.2 고려대학교 행동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1999.9~2000.8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
작품활동(도서)
어쩌다 한국인(대한민국 사춘기 심리학), 2015년
가끔은 제정신(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2012년
IF의 심리학(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후회의 재발견), 2008년
‘대한민국을 만든 한국인의 마음’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지금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꼭 알아야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되며,
국가의 인생으로 보면 저는 대한민국이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인간이 청소년기에 정체성을 꼭 형성해야 하는데, 그 시기에 자기가 어떤 가치를 갖고
살아가야 할지 자기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그동안 지배하고 있던 모든
가치를 내려놔야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딱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70년 동안 너무 훌륭한 성장을 해왔습니다. 성장의 대부분이 우리가 원해서
스스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외부에서 그냥 갖고 들어와서 시작한 것들이 많지만 잘 성장했고,
이제는 우리도 결정할 때가 된 겁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만 살아갈 건가 이런 고민을 해야 되는 시점에 온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당연한 것?
한국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보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여기서 살다 보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다고 넘어가는 것들을 그게
당연한지 아닌지 고민을 안 합니다. 사실 외국에 가서 살아보면 우리나라에서 너무 당연한데
외국에선 말이 안 되는 것들이 있고,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말도 안 되는 것인데 외국에 가면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은 대부분 그게 옳은 거니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래야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기의 이빨은 당연히 앞니부터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빨 나는 순서는 아기마다 다르고 차이가 납니다. 이런 것을 심리학에선
‘본질주의적 오류(naturalistic fallacy)’라고 부릅니다. 단지 그렇다는 ‘is’를 잘 못 해석해서
‘ought’로 이해하고, 그것이 옳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우리가 내리는 판단이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고
있다는 이유로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살고 있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까 당연하다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돼버렸습니다. 대한민국이 적당히 발전해야 했는데 너무 열심히 살아서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폭풍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선진국이 200년 300년 만에 이룩할 것을 우리나라는 50년 만에
이뤄버려서, 우리나라에서 25년 한 세대는 다른 나라의 100년에 해당됩니다. 사실은 4세대는
만나면 안 되는데 우리는 4대조가 한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특징은 ‘비동시성의 동시성(The simultaneity of the non-simultaneous, East Bloch)’입니다.
200년 전 시대는 200년 동안 농사짓는 법이 안 바뀐 시대입니다. 기술이 발전된 것이 없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은 가만히 있어도 존경받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당장 5년 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대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여러분들의 지식과 경험의 가치가 인정받지만, 이제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전혀 다른 세상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여러분들 예측하실 수 있습니까? 10년 후 또는 20년 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이 도움이 될까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하고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세상이 될 것이라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한 경험으론
자연스러웠던 일이 앞으로 살아가는 세상에 그렇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꼭 하셔야 합니다.
한국사람의 특징
당연하다는 걸 좀 뒤집어보면 한국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가 더 잘 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 사람의 특징은 크게 보면 이 6가지 정도 됩니다.
• 주체성 - 내가 누군 줄 알아?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국인
• 가족확장성 - 우리가 남이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족의 원리로 이해하려고 하는 한국인
• 관계주의 - 집단보다는 관계 중심의 대화에 익숙한 우리
• 심정중심주의 - 행동 뒤에 숨겨진 '심정'을 중요시하는 한국인
• 복합유연성 - 양극적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둘 다 가지려는 한국인
• 불확실성 회피 -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한국인의 결과주의
심정 중심주의
오늘 이 6가지 중 시간상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진심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 하늘을 감동시킨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징 중 ‘심정 중심주의’가 있습니다. 심정 중심주의란 단지 마음을
중요시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마음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서로 마음을 알아주고
알아줄 거라고 기대합니다. ‘심정’이라는 단어는 사실 외국에는 없는 단어입니다.
마음을 뜻하는 ‘mind'로 변역하기엔 좀 애매해서 보통 논문을 쓸 때 그냥 ‘심정(simjung)’이라고 씁니다.
한국인은 행동보다는 마음을 중시하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했는가 보다
그 행동의 의도와 정서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행동 그 자체보다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를 궁금해하고 깊이 생각합니다.그리고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대하고,
나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여러분은 우리나라 사회가 자꾸 개인주의화 돼간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인주의가 되긴 그른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한테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내가 영향을 주려고 하는 데 영향을 안 받는 사람한테
분노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당에 가서 앉자마자 자기 메뉴판을 보기 전에 옆
사람한테 물어봅니다.
너 뭐 먹을 거야?
그것을 왜 물어보나요? 호기심에서 또는 궁금해서 물어보나요? 아닙니다.
그 사람이 뭘 시키는지에 따라 내가 바뀔 준비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밥을 먹는 것에서도 다른 사람 영향을 받는 사람이 무슨 개인주의를 하겠습니까?
서양에선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한테 함부로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어디나 부모가 자식 사랑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다만 서양 부모들은 자식의 생각과 행동이 자신의 생각에 따라서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부모가 아무리 좋은 의미에서 좋은 얘기를 해줘도 그건
외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합니다.
오버하기!
서양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행동을 보면 따로 마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개인주의 사회의 특징입니다.
우리나라 같은 사회는 기본적으로 개인주의가 될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행동을 봐도
저게 뭘 의미하는지를 궁금해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서로 마음을 궁금해하고, 나누면서 교류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마음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택하는 방식이 ‘오버(over)’입니다. 오버하는
것은 자기가 실제로 안 해도 되는 일을 살짝 손해 보면서 슬쩍 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전하는데 오버하는 것처럼 좋은 게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서비스 센터에 전화하면 상담원이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고맙습니다. 고객님’은 당연한 겁니다. 이처럼 당연한 것까지만 하면 약간 서운할까 봐
더해서 만든 것이 “사랑합니다, 고객님”입니다. 그런데 미국 같은 데서 고객이 전화했는데 상담원이
“I love you.”라고 응대하면 고소당하고 감옥 갑니다. 다른 나라에서 고소당하는 일을 우리나라에서는
고객 서비스라고 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친구를 ‘이모’라 부른다거나, 골프장 캐디가 나이 든 어르신을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등 오버하는 것을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쓸데없는 부분까지, 약간 오버하면서 일해야 진심이 통하는 사회가 돼버렸습니다.
감정노동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말하면 기분이 나쁠 것이라는 생각에 오버하는
언어적인 표현을 쓰다 보니, 감정 노동이 많습니다. 세계 어디에나 감정 노동은 다 있습니다.
우리가 백화점에 있는 분이나 민원 상담하시는 분이 울고 싶은데 못 울고 웃기 싫은데
웃어야 되는 감정 노동은 오히려 수준 낮은 감정 노동입니다. 진짜 감정노동은 자기가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이것이 내가 의미가 있고
내가 해야 되는 일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면 그것은 몸은 힘들지 몰라도 마음은 안 힘듭니다.
그런데 아무리 쉬운 일이더라도 머릿속으로 내가 이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있어 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피곤합니다.
옛날에는 고부간에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무언가를 들고 가면
무조건 빼앗아 들라고 가르쳤습니다. 시어머니가 아니라도 동네 모르는 어르신이 무거운
것 들고 가시면 도와드리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들 수 있는 건 본인이 드는 것이
맞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모든 걸 빼앗아 들게 만들어서 우리나라는 고객을 응대하지 않는
사람들한테도 감정 노동이 나옵니다.
쓸데없는 일의 가치(인고의 착각)
우리나라 사회가 가진 특징 중의 하나가 쓸데없는 일을 하면서도 그게 쓸데없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70년 전 식민지가 끝나고 전 국토가 폐허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을 때 우리나라에 쓸데 있는 일과 쓸데없는 일이
있었을까요? 없었습니다. 쓸데있는 일인가 쓸데없는 일인가 판단이 되려면 무엇인가
있어야 됩니다. 그 아무 것도 없던 시기엔 쓸데있는 일 쓸데없는 일 따지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한 사람 중 운이 좋은 사람이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아직도 그 것이 통할 거라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 80%입니다.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우리나라에서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직장은 전체 직장의 40%가 안 됩니다. 이 구조적인 문제는 쓸데 있는
것 쓸데없는 것을 따지지 않고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로 진심을 다해서 하면 될 것이라고
믿어서 생긴 문제입니다. 대학 진학률을 40%만 만들었다면 대한민국이 이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노인 세대가 이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고 사회의 갈등이
이렇게 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한국 사람들이 가진 이 심정 중심주의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이것 때문에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 발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만큼 가난했던 나라 중에 아직도 가난한 나라가 있다면, 그 이유는
국민들이 쓸데없어 보이는 일은 안 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쓸데없어도 해봐서 성공했지만 문제는 이런 한국인의 특성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도 쓸데없는 것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식을
키웠고 그렇게 최선을 다한 겁니다.
이 것을 우리는 ‘인고의 착각’이라고 부릅니다. 쓸데없는 것을 아는데도 내가 고생하고
고통받고 힘들면 나중에 좀 보상받지 않을까 믿습니다. 문제는 이제는 이 것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쓸데있는 일만 하면서 살기도 바쁘기 때문에 쓸데없다는
느낌이 올 때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하자!
현실적인 현명한 사회를 원하시면 너무 진심을 보이려고 하지 마십시오. 너무 많은 것,
쓸데없는 것까지 바라면서 ‘진심’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가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을
지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조금은 무관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행동에서 나아가 너무 애써서 진심까지 보려고 하니
모두가 오버하는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하신 경기여고 동창생이십니다. 이 사회를 이끌어
가시는 분들이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조금은 이런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하셔서
이 사회를 현명하게 이끌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허태균 교수의 어쩌다 한국인: 어쩌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우리의 미래는~
★『가끔은 제정신』 사회심리학자 허태균 교수
※책소개
왜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조차 착각할까?
『가끔은 제정신』은 사회심리학자 허태균 교수가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의 진실을 밝혀낸 심리서이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애초부터 착각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강조하며,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착각,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 그 사람과 친하다는 착각, 우리는 하나라는 착각, 나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착각 등 우리가 알게 모르게 착각하고 있는 수많은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언제 착각에 빠지는지, 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게 되는지, 나아가 착각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 풍부한 사례와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하며, 착각을 피할 수 없다면 좀 더 행복한 착각에 빠지는 길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이 책을 통해 때로는 콩깍지로, 때로는 위로로, 때로는 독선과 편견으로 개인과 사회에 기능하는 착각의 다양한 모습들을 만나본다.
※저자 : 허태균
저자 허태균은 매 학기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솔직한 경고와 함께 양해를 구한다. 자신의 수업이 그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음을. 심리학은 인간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목적이지, 그 본질이 옳건 그르건, 바람직하건 아니건, 아름답건 추하건 상관하지 않는다고. 때로는 우리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과는 전혀 다른 자신과 타인의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 그래서 심리학이 그리고 교수가 인간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고. 실제 일부 학생들은 의문과 반론, 그리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러한 거부감은 역설적으로 수업의 설득력을 증명해준다. 그는 항상 한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적 믿음이 아니라, 인간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인간과 이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불편한 진실을 일깨우는 불쾌한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허태균 교수의 수업을 수차례 ‘고려대학교 우수강의’에 선정해주었다. 최근에는 중앙공무원교육원, 교과부연수원, LG, SK, CJ 등 주요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착각의 심리에 대해 강연하면서, 더 성숙하고 건강한 한국사회의 가능성을 토론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선택과 의사결정, 위험지각과 후회 및 판단오류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관련 분야의 저명한 국내외 학술지에 지금까지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역서로는 ‘선택과 그에 따른 후회를 즐기고 이용하라’는 《이프IF의 심리학》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 나도 믿기에 이 책을 씁니다
1장. 착각의 진실, 내게만 그럴듯하다
지동설과 천동설, 확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확신
관심과 두려움, 마음을 읽는 자신만의 독심술
최수종과 심형래, 믿고 싶은 대로 믿을 수 있는 축복
합격엿과 헛짓, 기도가 통하면 부정입학이다
쥐와 부적, 한번 생긴 믿음이 깨지기는 무지하게 어렵다
이태원과 의뢰인, 법이 정의사회를 구현해주기 어려운 이유
양심 있는 일본인과 용감한 한국인, 혼자 간첩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 나만 안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2장. 착각의 효용, 나를 지키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랑과 중독, 당신은 무엇에 몰두하는가
복권과 벼락, 복권은 당첨되기 전이 더 행복하다
엄친아와 우리반 꼴등, 초년 출세의 내리막길은 너무 길다
닮은 아빠와 안 닮은 누구, 착각을 꼭 공유해야 하는 이유
이순신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영원한 동지나 적은 없다
무조건적 사랑과 영구차, 통제감을 잃으면 무기력이 찾아온다
월드컵 4강과 세계랭킹 29위, 우리는 편파방송을 원한다
그래서 / 착각해서 행복하다
3장. 착각의 속도, 깨달음보다 언제나 빠르다
송곳니와 스티브 잡스, 모난 돌은 그대로 둬야 한다
중국김치와 스마트폰,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 위험해진다
정치인과 장학퀴즈, 그들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다
히딩크와 차두리, 그럴 줄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스님과 장애, 리더는 항상 사람 보는 눈이 있다?
돌고래와 주술, 춤추는 고래는 배가 고팠을 뿐이다
소설과 자백, 기억해내는 것은 소설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4장. 착각의 활용, 콩깍지를 씌워라
단점을 보여줘라, 아주 조금씩
그래서 / 항상 솔직해라, 단지 좀 더 체계적으로
가장 쓸데없는 것을 선물하라
그래서 / ‘마음’을 표현해라
서로에게 예방주사를 놓자
그래서 / ‘변화’를 대비하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해라
그래서 /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알고 보면 누구나 ‘쉬운’ 사람이다
그래서 / 주변에 반응하라
5장. 착각의 예방, 방법은 하나뿐이다.
뭘 알아야 막아볼 것 아닌가
신중하고 싶다면 가끔은 확 질러라
모두를 이해하면 배신자가 된다
그래서 / 그냥 한번 들어보자
에필로그 |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미주
※책속으로
혹시 로또를 사면서 죽기 전에 한 번은 당첨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한 적 있는가?
그(녀)와의 사랑이 영원할 거라 믿었던 순간이 있는가?
내 자식만은 ‘SKY대’에 갈 수 있다고 믿은 적은 없는가?
직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거라 확신했던 적은 없는가?
거울을 보면서 문득 내 얼굴 어딘가가 장동건이나 김태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내 배우자만은 바람을 피우지 않으리라 자신한 적은 없는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에 두 번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
첫사랑과 결혼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고, 결혼한 10쌍 중 한 쌍은 이혼을 한다.
우리나라 전체 청소년의 2% 정도만이 SKY대에 입학한다.
20대에 품었던 꿈을 실제 이루는 사람은 1~2%에 불과하다.
유부남 중 65~88%, 유부녀의 20~40%가 바람을 피운다.
그러나 똑같은 착각을 하더라도, 자신이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르기에 이 책을 썼다. 자신이 착각할 수 있다는 진실만 인정한다면 우리는 자신과 다른 주장이나 의견에 대해 무조건 비판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방어적으로 타인을 미워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이 책은 결코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마음속에 갖고 있는 ‘착각의 선물’에 관한 얘기다. 이 착각의 선물로 가득 찬 상자는 잘못 열면 판도라의 상자가 되겠지만, 조심해서 잘 열 수만 있다면 자신과 세상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타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게 하는 ‘행복의 선물’이 되리라 믿는다.
- 프롤로그 중에서
대학교 2학년 어느 봄날의 일이었다. 대규모 교양수업을 듣고 나오는 나와 친구들에게, 한 친구가 같이 수업을 듣고 강의실을 나가는 여학생을 가리켰다. 빨간 옷을 입고 있었던 그 여학생은 그 수업을 듣는 모든 여학생 중 가장 예뻤다. 눈을 반짝거리며 그 여학생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우리에게 그 친구는 그 여학생이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친구에게 “왜? 무슨 근거로?”라고 다급히 물었다. 내 친구는 수업시간에 그 여학생이 자기를 여러 번 쳐다봤다고 말했다. 그것도 무려 13번씩이나. 모두들 부러운 눈으로 그 친구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렇게 예쁜 여학생이 그 친구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의 머릿속에 갑자기 천재적인 의문이 떠올랐다.
‘도대체 내 친구는 그 여학생이 자기를 13번이나 쳐다본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 여학생이 13번 쳐다본 걸 알려면, 내 친구는 그 여학생을 최소한 몇 번이나 쳐다봐야 했을까?’
내 친구는 그 예쁜 여학생을 수업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수업시간 내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여학생이 마음속에 진짜 품고 있었던 생각은 내 친구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다. 바로 불편함과 두려움이었다. 수업 내내 시커멓고 촌스러운 남학생이 뚫어져라 쳐다보니, 두려운 마음에 내 친구를 무려 13번이나 힐끗힐끗 쳐다본 것이다.
- ‘관심과 두려움, 마음을 읽는 자신만의 독심술’ 중에서
※출판사 서평
“우리가 무엇을 착각하는지 알면 세상을 알 수 있다!”
‘착각’ 연구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 허태균 교수의 기상천외한 우리 ‘머릿속 이야기’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네가 뭔가 착각하고 있어”다. 이 책 《가끔은 제정신》에서 허태균 교수는 우리 모두에게 바로 그 말을 하고 있다.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러나 이 책이 결코 기분 나쁘지 않은 이유는 ‘나도 착각하고 있다’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 때문이다. 인간의 착각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함께 저자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문체가 어우러져, 이 책은 사람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MUST’가 되었다. - 최인철 서울대학교 교수,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저자
“착각하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당신과 우리, 한국사회에 바친다!”
“당신은 평균 이상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이 질문에 과연 뭐라고 답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남들보다 머리도 좋고 심성도 착하다고, 즉 ‘평균 이상’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두가 평균 이상이라면 대체 평균 아래에는 누가 존재할까? 혹시 우리 모두 ‘내가 평균보다 낫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왜 다들 나만 보는 거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당신을 주목하지 않는다. 만일 그렇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당신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착각’에 빠진다. 샤워 후 거울을 보며 “아직 괜찮은데”라며 착각하는 남자들, 마음이 약해서 부하직원에게 쓴소리 한 번 제대로 못 한다고 착각하는 상사들, 옷장 가득한 옷을 보면서 도무지 입을 옷이 없다고 1년 내내 착각하는 여자들, “내가 착각한다고? 그럴 리 없어!”라고 착각하는 당신까지… 알고 보면 인간이야말로 착각에 살고 착각에 죽는 ‘착각하는’ 동물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인 사회심리학자 허태균 교수는 ‘착각’은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라며, 인간은 애초부터 착각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존재라고 말한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착각,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 그 사람과 친하다는 착각, 우리는 하나라는 착각, 나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착각, 내가 나서야 일이 된다는 착각, 그리고 나는 착각하지 않는다는 착각… 세상에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착각하고 있는 수많은 착각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언제 착각에 빠지는지, 당신 앞의 그 사람은 왜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는지, 나아가 착각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착각의 실체’를 아찔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밝힌다.
“착각하라, 착각하라! 착각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착각은 자유다, 그래서 행복하다! 착각을 즐겨라, 그래야 더 행복하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과 심리학적 원리를 토대로 ‘착각의 메커니즘’을 유쾌하게, 명쾌하게, 해학적으로 때로는 뜨끔하게 그려낸다. 의사결정과 선택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는 우리가 번번이 빠지는 착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왜 빠지는지, 착각의 폐단과 효용(?)을 풍부한 사례와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해간다. 그리고 기왕에 피할 수 없다면 좀 더 ‘행복한 착각’에 빠지는 길도 친절히 소개한다.
왜 ‘선수’들은 쓸데없이 장미꽃을 선물하는지, 어째서 수험생 어머니들은 백일 동안 소용도 없는 새벽기도에 돌입하는지, 남편이 사고를 칠수록 아내의 ‘미운 정’이 더 강력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고래가 춤을 추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재판 결과는 왜 그렇게 실망스러울 때가 많으며, 왜 우리나라 정치판은 항상 ‘그 모양’인지… 때로는 ‘콩깍지’로, 때로는 우울증을 막아주는 강력한 ‘모르핀’으로, 때로는 ‘독선과 편견’으로 개인과 사회에 기능하는 착각의 천태만상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착각이 피해갈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라면,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이렇게 쉽사리 푸념하지는 말자. 저자는 똑같은 착각을 하더라도, 자신이 착각하는지를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다르다고 말한다. 자신이 착각할 수 있다는 진실만 인정한다면 자신과 다른 주장이나 의견에 대해 무조건 비판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착각의 늪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에 좌절하기 전에 ‘나는 어떠한가?’를 곰곰이 되새겨본다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자기통찰의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인간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각종 현상을 분석하는 독특한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추천사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한동안 유행했던 노래가사처럼 나이가 들수록 내 자신의 기억과 판단에 대해 자신이 없어진다. 온통 편견과 아집투성이라는 자각이 들 때마다 참 괴롭다. 그런데 허태균 교수의 책은 그게 정상이라고 위로한다. 인간은 원래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고, 우기고, 착각하는 존재라는 거다. 자신의 오류를 언제든 인정할 수 있는 지혜의 넉넉함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참 기분 좋게 읽었다. 또한 무릎을 치게 하는 통찰도 있다. 최근 내가 읽은 심리학자의 책 중 최고다!
-김정운 명지대학교 교수,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저자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네가 뭔가 착각하고 있어”다. 이 책 《가끔은 제정신》에서 허태균 교수는 우리 모두에게 바로 그 말을 하고 있다.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러나 이 책이 결코 기분 나쁘지 않은 이유는 ‘나도 착각하고 있다’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 때문이다. 인간의 착각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함께 저자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문체가 어우러져, 이 책은 사람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MUST’가 되었다.
- 최인철 서울대학교 교수,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저자
트렌드 및 소비자를 분석하면서, 소비자가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바라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종종 발견한다. 왜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이 원하는 것조차 착각할까? 왜 나중에서야 깨닫고 후회를 거듭할까? 그런 의문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착각과 후회를 반복하기 전에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기왕에 빠질 착각, 좀 더 ‘행복한 착각’에 빠지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기업이나 조직의 리더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본인의 판단에 대해 엄청나게 자신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리더도 사람이고, 사람이면 누구나 착각과 오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그러므로 나는 특히 리더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유쾌한 입담 속에 우리 삶과 사회, 비즈니스에 스며든 착각의 천태만상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심리학적 통찰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책 속으로 추가
모든 사찰, 교회, 성당 등에 가면 일 년 내내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초, 기와, 등, 쪽지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흔한 내용이 자녀, 본인, 손자손녀의 대학합격이다. 각종 종교계에서는 대학합격 기원과 관련된 수입 규모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대학입시 즈음이면 서로 찹쌀떡, 엿, 휴지 등을 선물하며 합격을 빌어준다. 수능시험날 고사장의 철문에는 여지없이 커다란 엿이 떡하니 붙어 있다. 어떤 부모는 그 엿에 대놓고 열심히 기도한다. 엿신이라도 내리길 기원하는 걸까?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과연 이런 것들이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나의 누님을 포함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수많은 수험생의 학부모에게 물어봤다.
“그게 실제 효과가 있을까요?”
그들의 대답은 항상 기대 이상으로 합리적이다.
“효과는 무슨… 그냥 내 맘 편하자고 하는 거지.”
그런데 그 말에는 재미있지만 슬픈 모순이 존재한다. 만약 그들이 진심으로 그런 행동이 효과가 없다고 믿는다면, 그들의 마음이 편해지는 효과도 없어야 한다.
- ‘합격엿과 헛짓, 기도가 통하면 부정입학이다’ 중에서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진실로 믿는다고 해서 그 믿음이 진실이 되지도 않고, 진실을 착각보다 더 확신할 수도 없음을. 우리가 안다고 믿는 많은 진실들이 그냥 지금의 자신에게 그럴듯한 믿음일 뿐이라는 것을.
하지만 더 중요한 착각은 자신은 웬만하면 착각하지 않는다는 착각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자신이 착각하는 것보다 덜 착각한다고 믿는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훨씬 더 착각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믿음은 가장 치명적인 착각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순진한 사실주의’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자신은 객관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신중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착각하거나 편향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그래서 / 나만 안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중에서
내가 대학생일 때 가장 친한 친구가 한 여대생을 사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는 내게 여자친구를 너무 사랑하게 됐다며, 온갖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너무 예쁘고(특히 눈이 아름답고), 너무 착하고 순진하다면서… 마치 천사 같다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친구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소개해줬을 때, 솔직히 나는 심히 실망했다. (내 눈에는 최소한) 그리 예쁘지도 않은 평범한 여대생으로 보였고, 특히 내가 들어왔던 그런 천사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나는 내 친구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너,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었구나”라고 놀렸다. 그러고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친구에게 ‘균형 잡힌, 그리고 객관적인’ 진실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하지만 나는 곧 포기했다. 왜? 그 친구는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동안 너무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심리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전혀 없어도, 천사와는 거리가 먼 여자친구에 대한 진실을 아는 것보다 그냥 착각하고 있는 상태가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을 나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친구는 지금은 그 천사와 전혀 다른(더 나은?) 여자와 결혼해서 아주 자~알 살고 있다.
- ‘사랑과 중독, 당신은 무엇에 몰두하는가’ 중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받아온 자식을 앞에 두고 아빠는 근엄한 목소리로 꾸짖는다. “너는 날 닮아서 머리는 좋은데,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렇게 공부를 못하니?” 그 자식이 닮을 사람이라고는 단 둘뿐이다. 어디서 주워왔거나 따로 낳아온 자식이 아닐 바에는. 꼭 누구라고 지적하진 않았지만 아주 완곡하고 부드럽게 엄마를 공격한 것이다. 은근히 화가 난 아내는 차마 애 앞에서 남편을 욕하기 그러니까, 애를 쥐잡듯 잡는다. “그러게 내가 공부하라고 했지. 왜 말을 안 들어, 말을! 일어나, 당장 학원 바꾸자. 이번에는 진짜 공부 빡세게 시키는 학원으로 보낼 거야. 그래야 네가 정신을 차리지, 응?” 애꿎은 아빠의 면피용 멘트 때문에 아이는 오늘도 죽어난다.
이러한 아빠의 행동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모든 인간은 긍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공을 과대평가하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을 살짝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경향을 ‘자기고양적 귀인’이라 한다.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이유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동기 때문에 자신을 실제보다 더 낫다고 인식하는 경향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긍정적인 점에서는 무조건 평균 이상은 될 거라고 믿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착각을 ‘평균 이상착각’이라 부른다. 실험 결과 유머, 논리적 사고, 문법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또래의 비교집단에 비해 자신을 평균보다 낫다고 지각했다. 이러한 경향은 과제가 주어졌을 때 실제 수행한 결과와 상관없이 나타났다. 이상한 일이다. 모두가 평균보다 높으면, 과연 그러한 평균이란 게 존재하긴 할까?
- ‘닮은 아빠와 안 닮은 누구, 착각을 꼭 공유해야 하는 이유’ 중에서
때로는 자신이 착각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버틴다. 같이 착각하지 않으면 비난받기도 한다. 배신자, 변절자, 애국심이 없는 놈처럼 취급받는 것이다. 왜? 그러한 착각은 애국심에서 나오는 것이니, 그러한 착각이 없으면 애국심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혼한 부부가 싸우는 모습도 비슷하다. 아내는 불만을 얘기한다. “내가 잘못한 거 알아. 그래도 예전에는 이런 내가 좋다고 했잖아. 왜 이제는 달라진 거야?”라고. 남편은 “그때는 내가 눈이 뒤집혔었지”라고 대답한다. 이 대화의 핵심은 옛날에는 사랑에 빠져서 단점도 다 좋아 보이는 착각을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착각해주지 않는다고 싸우는 것이다. 착각에서 깨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는 건 확실하다.
-‘월드컵 4강과 세계랭킹 29위, 우리는 편파방송을 원한다’ 중에서
나는 잘 알고 있다. 착각도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뭔가 믿고 싶으면 최소한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설령 착각하는 그 모든 것을 진실로 만들지는 못할지라도, 그런 최소한의 뭔가를 얻기 위해 우리는 노력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착각에서 깨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현실을 착각과 비슷하게 만들어보려고 노력한다.
- ‘에필로그.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중에서
-교보문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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