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Just another Thursday
그냥 평범한 목요일이야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는 전염병으로 도시 전체가 폐쇄되는 상황이 그려진다.
평화롭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불안과 공포가 팽배한 도시 오랑,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별것 없이 시시하던 일상을 그리워한다.
코로나 시국을 거친 우리에게도 낯선 풍경은 아니다.
그런 예외의 상황을 겪으면 여지없이 일상의 소중함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영화 ‘그레이맨(The Gray Man∙2022∙사진)’엔
“그냥 평범한 목요일이야(Just another Thursday)”라는 대사가 몇 번 나온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소녀 클레어(줄리아 버터스 분)는 아무리 센 발작이 와도
상황이 진정되면 주위 사람들의 걱정에도 애써 담담히 답한다.
“너 괜찮니?(You feeling better?)” “그냥 평범한 목요일인걸요(Just another Thursday).”
클레어에겐 유난 떨 것 없는 일상이다.
남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클레어는 묘한 매력의 경호원 식스(라이언 고슬링 분)에게
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식스는 부패한 CIA 국장 카마이클의 음모에 휘말려 쫓기는 신세가 되고 그 과정에서
자기를 보살펴줬던 피츠의 조카 클레어를 보호하게 된다.
한밤중 클레어를 납치하려는 카마이클의 부하들이 들이닥치지만 식스는 CIA의
암살자답게 소리 없이 모두 사살한다.
놀라서 나온 클레어가 묻는다.
“정말 괜찮으세요?(You sure you’re all right?)” 식스가 태연하게 답한다.
“그냥 평범한 목요일이야(Just another Thursday).”
이제 둘에겐 평범한 목요일이라는 건 몸이 아프든, 암살자들이 찾아오든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소중한 존재다.
결국은 납치당한 클레어를 되찾기 위해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있는 식스.
클레어는 같이 도망치자며 애걸하지만 담판을 지어야 하는 식스는 애써
클레어를 달랜다.
“그냥 평범한 목요일이야(Just another Thursday).”
이 싸움만 끝나면 진정한 둘만의 평범한 목요일이 기다린다./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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