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뮤지엄 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안도 타다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안도 타다오 설계의 뮤지엄 산. 자연과 건축, 예술이 어우러진 곳이다.
안도 타다오가 개인전을 열며 '청춘'의 상징으로 설치한 '푸른 사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뮤지엄 산에서 지난 1일 개막한 안도 다다오 개인전 현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어제 오사카에서 왔습니다. 오사카는 좀 촌스러운 곳이죠.
여기처럼 문화적이지 않은 곳에서 제가 왔습니다."
"저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암 때문에 담관, 담낭, 십이지장, 췌장, 비장 등
5개 장기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희망으로 살고 있습니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81)가 지난달 31일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관장 안영주)에서 기자들과 마주하자마자 한 첫인사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사실 저는 계속 절망적인 인생이었다"며 "장기를 절제해도, 또 저처럼 학력 없어도 청춘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도전 정신'으로 일해온 안도 특유의 화법이다.
건축가 안도의 대규모 개인전 '안도 타다오-청춘'이 뮤지엄 산에서 지난 1일 개막했다.
도쿄·파리·밀라노·상하이·베이징·타이페이에 이은 일곱 번째 국제순회전으로,
안도의 원본 드로잉과 스케치, 영상, 모형 등 250점을 망라해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안도 자신이 설계한 곳에서 열리는 최초의 전시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뮤지엄 산은 이인희(1928~2019) 전 한솔그룹 고문의 의뢰를 받아 안도가 설계해 2013년 개관했다.
★'독학'하고 '게릴라'처럼 일했다
1941년생인 안도는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고 69년 설계 일을 시작했으며, 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일본 이바라키 시 교외 주택가의 '빛의 교회'(87-89)와 88년부터 3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나오시마 프로젝트 등으로 유명하다. 국내에도 제주 본태미술관과 글라스하우스, 유민미술관, 경기 여주의 마음의 교회, 서울 마곡동 엘지아트센터 등이 있다. 31일 열린 기자 간담회와 강연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전시 제목이 '안도 타다오-청춘'이다. 당신에게 청춘이란.
17세에 프로 복서로 입문한 그는 고교 졸업 후 15평짜리 술집 인테리어를 맡으면서 일을 시작했다. 건축 공부는 책과 여행으로 했다. 20세에『르코르뷔지에 작품집』을 베껴 그리며 건축 도면을 외우다시피 했다. 63년에 일본 일주를, 65년엔 모았던 돈을 다 털어 7개월간 유럽 해외여행을 했다. 그는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력주의 사회다. 난 전문학교도 나오지 않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지금도 계속 희망을 찾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그는 "65년 '일본 근대 건축의 영웅' 단게 겐조(丹下健三,1913~2005)가 지은 건물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건축은 설계와 시공, 그리고 이후 운영을 통해 계속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며 "겐조의 건축물을 보며 나도 협업으로 저렇게 근사한 건물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계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는 '노출 콘크리트의 대가'로 불린다. 건물의 안팎을 노출 콘크리트로 일관하며, 그 안에 빛을 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공간의 특징을 만들어왔다.
★왜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가
안도는 자서전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2009)에서 "(콘크리트는) 가장 단단하고 비용도 저렴한 해결책이며, 내 창조력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이라며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을 더 원초적인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매력적"이라고 밝히 바 있다.
일본 오사카부 이바라키시 주택가에 지어진 '빛의 교회'. Mitsuo Matsuoka 촬영. [사진 뮤지엄 산]
안도 다다오가 재생 작업을 한 파리의 브르스 드 코메르스.건물 내부 원형 홀에 콘크리트 원통을 삽입했다.
Yuji ONO 촬영. [사진 뮤지엄 산]
일본 나오시마 섬의 지추미술관(2000~2004). 나오시마에서 안도 타다오가 한 4번째 작업이다.
이곳에 클로드 모네와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상설 전시장이 있다. [사진 뮤지엄 산]
안도 자신이 제안해 지은 오사카부 나카노시마 어린이 책 숲 도서관(2017~2019). [사진 뮤지엄 산]
또 그의 건축에서 중요한 요소는 '빛'이다. "르코르뷔지에(1887~1965)의 롱샹성당을 보고 빛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는 "빛은 희망이다. 나는 희망이 있는 건축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작 '나오시마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곳엔 땅에 묻힌 건축물로 유명한 지추미술관(2000~2004)을 비롯해 현재까지도 새로운 미술관이 지어지고 있다. 그는 "나오시마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 처음에는 아주 절망적인 곳이었지만 지금은 1년에 70만 명이 찾아온다"며 "아이를 낳아 정성 들여 키우는 것처럼 건축도 계속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인근의 세관 건물을 현대건물로 재생시킨 '푼타 델라 도가나'(2006~2009), 파리의 옛 곡물 거래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브르스 데 코메르스'(2016~2021)도 대표작으로 소개했다.
★좋은 클라이언트, 좋은 건축
그러면서 그는 뮤지엄 산 설계를 의뢰했던 이인희 고문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14년 전 저를 불러 세계에 둘도 없는 건물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때 나는 도대체 누가 이런 곳에 미술관을 지을까, 서울서 먼 이곳에 사람이 과연 올까 싶었다. 그런데 지금 1년에 20만 명 이상이 찾고 있으니 그분의 꿈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청춘을 유지하려면 지적· 신체적인 체력이 필요하다. 나는 하루 1만보를 걷고 매일 1∼2시간 정도 공부하고 있다"며 "청춘을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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