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버지에 그 아들… 변 전도사 ‘신대원 명물’ 화제★
변충구 목사, 약사→ 군복 차림 목회로 ‘쉐마’설파…
변창우 전도사, 한의사→ 총신대 신대원 수석졸업
10일 경기도 용인 총신대 신대원에서 열린 제108회 졸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민일보
아버지는 잘나가는 약국을 접고 목회자가 됐다. 군복 차림에 베레모를 쓰고 군화까지 신고
다니며 유대인식 교육 ‘쉐마’를 설파하고 있다. 아들은 중국 베이징중의대를 졸업한 한의사지만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집게손을 갖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3년간 예배와 수업에
100% 참석하며 늘 맨 앞자리에만 앉아 신대원의 명물로 통했다.
괴짜 아버지에 괴짜 아들로 불릴 만하다.
강원도 원주 예수사관학교 변충구(68) 목사와 그의 셋째 아들 변창우(37) 전도사 이야기다.
변 전도사는 3년 동안 명물과 괴짜로 불리며 학교에 다녔지만 당당히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그는 10일 경기도 용인 총신대 신대원에서 열린 제108회 졸업식에서 전체 수석에게 수여되는
총회장상을 받았다. 변 목사는 “이 모두가 쉐마교육의 결과”라며 “그저 참된 목회자로 훈련
받기만을 바랐는데, 총회장상은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라고 말했다.
변 목사는 1979년 예수사관학교(구 벧엘청소년농군학교)를 설립, 쉐마교육을 하고 있다.
쉐마는 ‘들어라’는 뜻의 히브리어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그는 성경 내용과 성경적으로 사는 방법 등을 가로와 세로 각 1.5m 크기의
양피지 300여장에 직접 써놓고 이를 토대로 설교하고 강의한다.
아버지에게 양피지가 있다면 아들에겐 학교를 떠나기 전에 꼭 해야 할
‘총신 버킷 리스트’가 있었다. ‘집게손으로 청소하기’ ‘3년간 예배와 수업 100% 참석하기’
‘모든 예배와 수업 때 맨 앞에 앉기’도 이 리스트에 들어 있는 것들이다.
변 전도사는 이 리스트에 올린 일들을 모두 실천했다. 처음 쓰레기를 주울 때는
‘어떻게든 튀어서 교회정치에 입문하려 한다’는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1년간 계속하자
원우들도 하나둘 동참하기 시작했다.
버킷 리스트에는 ‘예배시간에 절대 졸지 않기’도 들어 있다. 변 전도사는 “누구든 내가
조는 모습을 사진 찍어 원우카페에 올리면 전교생에게 자장면을 사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적게 먹고 낮잠 자는 것을 습관화해 이것도 100% 실천했다.
‘3년간의 총신 추억 담기’를 위해서는 모든 예배의 설교를 녹음·정리해 인터넷카페에 올렸다.
‘학교 인근 지역의 전문가 되기’를 실천하기 위해 새로운 식당과 카페 등을 방문하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리포트를 만들어 인터넷카페에 올렸다.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 ‘신학의 정수 책 100권 구입하기’도 실천했다.
3년 동안 150여권을 읽었고 책 200여권을 구입했다.
변 전도사의 열정적인 삶은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변 목사는 ‘인생(人生), 일생(一生), 일생(日生)’이라며 ‘인생은 단 한 번이므로 하루를
살아도 잘 살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버킷리스트를 만든 것도 변 목사가 항상 강조해온
‘3P 정신’에 따른 것이다. 3P는 펜슬(pencil) 페이퍼(paper) 플랜(plan)의 약자로 ‘늘 펜과
종이를 갖고 다니며 기록하고 계획을 세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변 전도사는 그러나 교계에서 유명한 아버지의 후광을 받지 않으려 애썼다.
신대원에 다니면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나중에 알려지더라도
‘변충구 목사의 아들 변창우’가 아니라 ‘변창우의 아버지 변충구 목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결심했는데, 적어도 신대원 내에서는 이 결심이 실현됐다. /2015.2.11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