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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

[아무튼, 주말] 건배사와 이미자선생과수세미/김윤덕 주말뉴스부장

by Hessed헤세드 2022. 12. 23.
 

거리 두기 해제 후 처음 맞는 연말이라 송년회가 많이 열리지요?

송년회에 빠지지 않는 게 건배사라는데, 요즘은 MZ세대들이 올드하다고

여긴대서 그마저도 사라지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건배사를 주문하는 자리가 있기 마련이라

몇 개는 챙겨 가야 하는데요,

‘나이야, 가라!’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 ‘사이다(사랑을 이 술잔에 담아)’,

오바마(오빠가 바래다줄게 마셔)’류의 건배사를 하면 또 구식이라고

놀림받는다고 해서 골이 아프더라고요.

그러던 중 최근 아주 멋진 건배사를 발견했습니다.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뒤 우리 대표팀 손흥민 선수가 이 말을 해서 순식간에 최고의

월드컵 유행어가 됐지요.

그런데 중꺾마의 원조는 따로 있습니다.

아주말 열성 독자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지난 3일자 커버로 소개된 롤드컵

우승자 데프트(김혁규)입니다. 저희 세대만 해도 게임을 잘 모르지만 20-30대

남성들에게 롤드컵의 페이커나 데프트 선수는 방탄소년단도 따를 수 없는

우상이라고 하네요. 손흥민 선수 역시 롤드컵에서 나온 이 말을 인용해

소감을 말하지 않았을까요.

 

중꺾마로 감동을 준 주인공은 또 있습니다.

지난 10일 자 커버로 소개된 다이소 창업자 박정부 회장입니다.

45세에 직장을 잃고 절망했지만 가족보다 먼저 죽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꺾이려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세우고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연 3조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민 가게’를 만든 주인공.

저는 박 회장의 ‘난 아직도 고객이 두렵다’는 말에서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데다 성공까지 했으면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기 쉬운데,

박 회장은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늘 고객의 취향과 관심사를 관찰하고

전 세계 트렌드를 살핀다지요. 경청하고 살피는 것. 개인은 물론, 경영이나

정치하는 모든 분들이 귀감 삼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주 뉴스레터에는 ‘중꺾마’의 또다른 주인공 우상혁 선수의

인터뷰를 배달해드리겠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높이뛰기 종목 4위로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의 주목을 받은 우 선수는 “(실패해도) 괜찮아!”를 외치며

관중의 응원을 즐겁게 유도해내는 모습이 감동을 안겼지요.

최근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더군요./2022.12.17

[아무튼, 주말] 이미자 선생과 수세미

이미자 선생을 만난 건 지난 6월입니다.

올해 81세인 선생은 가수로서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했습니다.

6·25참전용사,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월남전 용사, 그리고 연평해전과

천안함 장병 등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주춧돌이 된 ‘숨은 영웅’들을

위해 기부 콘서트를 하고 싶다고 했지요.

한국전쟁 70주년이던 2020년에 했으면 좋았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모든 게

중단돼 망설이다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보고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 결실이 지난 1일 TV조선 개국 기념으로 마련된 ‘이미자 특별감사콘서트’입니다.

생존해 있는 국내외 숨은 영웅들을 객석 맨 앞자리에 모신 뒤 ‘동백아가씨’ 등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 ‘전선야곡’ 같은 진중가요를 열창해 감동을 주었지요.

목함지뢰로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를 비롯해 중간중간 ‘영웅’들의 인터뷰가

나올 땐 객석이 눈물바다를 이루더군요. 그들의 소망은 단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를 기억해 달라. 아팠던 역사를 잊지 말아 달라.”

 

이미자 선생 역시 나라 위해 목숨 바쳐 싸우고 일한 분들이 그저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콘서트 역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성금을 모으는 형태로 진행됐지요.

이 선생 자신은 출연료를 기부한 것에 더해 코로나 기간 집에서 손수 뜬 수세미

2000여 개를 콘서트장에서 판매해 기부금에 보탰습니다.

“독일에 가서 파독 광부들을 만났는데요. 지하 탄광 저 밑 갱도에 카세트를

붙여 놓고 ‘동백아가씨’를 들으며 석탄을 캤다는 얘길 듣고 엄청 울었어요.

저희 어머니 아버지 세대들이 그렇게 고생해서 일군 나라인데 후손들이

그걸 잘 몰라요. 그래서 제가 힘이 다하기 전에, 꼭 감사의 노래를 불러드리고 싶었어요.”

 

콘서트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매주 재방송을 기다리고 있다는 분들 많더라고요.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지만 목소리며 자태가 여전히 정정하고 고우시니 내년,

후년에도 이미자 콘서트를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2022.12.10